• 최종편집 2024-03-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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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 김기춘 (초대작가)

 

(사) 대한민국 아카데미 미술협회 운영이사 및 심사위원
(사) 대한민국 기로미술협회 심사위원
한국 예술 문화협회 심사위원
(사) 대한민국 기로미술협회 부회장
(사) 대한민국 기로미술협회 부산지회장

순수한 열정과 착한 힘의 큰 기운이 느껴지는 작가

 

 

 

성실과 근면이라는 것은 인생에 대한 진지함이고 겸허함이며 타인에 대해서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라고 봅니다

황순원 작가의 단편소설 ‘소나기’에는 서울에서 온 윤초시의 손녀딸을 만나서 수줍어하는 해맑은 소년이 나온다. 작품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가 만나게 되는 장소가 징검다리다. 그리고 비를 피하던 원두막에서 추워서 입술이 파랗게 된 소녀를 위해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워주는 장면도 나온다. 그야말로 한국적 정서와 순수함의 묘사가 잘 드러난 소설이다.

소녀를 업고 비로 인해 불어난 개울을 건너가는 착하고 부끄럼 많은 시골 소년의 믿음직한 모습은 여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연인의 상이 아닐까. 오늘 만나게 되는 작가를 통해서도 이런 이미지를 느껴볼 수 있게 된다.

글씨를 쓰고 싶지만 붓도, 종이도 없어서 가축의 털과 수숫대를 이용해서 붓을 만들고, 종이 대신 평평한 디딤돌을 화선지로 삼아서 글씨를 연습했던 영민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의 글씨에는 이런 한국의 미(美)와 정(情)이 스며 나온다. 인터뷰 내내 얼굴이 빨개져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작가의 모습에서 그의 작품의 순수한 열정과 보이지 않는 착한 힘의 큰 기운이 느껴진다.

 

▲ 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김기춘 작가

박요섭 -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인상 깊은 일은 무엇인가요?

김기춘 - 누구나 그렇겠지만 작품을 출품하고 인정받아서 상을 받을 때,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입선을 시작으로 특선, 우수상, 대상 등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계기들이 동력이 되어서 20여 년 동안의 활동 가운데 추천작가, 초대작가을 비롯하여 심사위원도 지냈습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이런 여정들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큰 보람이고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특히 여러 작가 분들과 교류하며 더 배우고, 예술의 세계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작가만이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요섭 - 작가의 길로 들어선 동기라면 어떤 것인지요?

김기춘 -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초등4학년, 그러니까 11살부터 붓을 잡은 지 50년이 넘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희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붓을 구하기가 어려웠지요. 아무도 몰래 가축의 수염이나 목털을 깎아 실로 묶고 그것을 수숫대 또는 작은 대나무 끝에 매어서 붓을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저만의 특제 붓이었던 셈입니다.

이걸 가지고 개울 징검다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개울물을 찍어 평평한 디딤돌위에 글씨를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특히 햇볕이 좋은 날에는 돌이 열을 받아 있기 때문에 먼저 쓴 글씨는 금방 말라서 없어집니다. 그러면 그 위에다 또 쓰고, 또 쓰다가 보면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곤 했습니다.

그때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노라면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는 만족과 행복이 밀려옵니다. 이것이 서예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준 제 어린 시절의 너무나 즐거웠던 추억입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생활을 30년 정도 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작품 연습을 하고 밤에도 하곤 했으니, 글씨 공부를 주경야독으로 한 셈입니다.

▲ 김기춘 작가 작품


박요섭 - 작품 활동에 대한 보람과 소회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김기춘 - 무엇보다도 작품 전시회를 통하여 큰 도움을 얻게 됩니다. 출품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많은 배움과 영감을 받습니다. 전통 서법을 준수 하면서 기본을 염두에 두고 몸과 마음의 자세를 바르게 하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창작에 몰입할 때 좋은 작품이 창작된다고 생각됩니다. 공모전에 처음 출품하여 입선했을 때부터 이어져 온 몇 십 년 동안의 활동을 뒤돌아보면 전반적으로 작가들의 활동들도 더 왕성해졌고 그 만큼 많은 발전도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여러 예술관련 협회의 많은 노력이 숨어있다고 봅니다.

박요섭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기춘 - 제가 사사받은 스승은 외종형이신 민재 남강현 선생이시고 지금은 작고 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작품을 남발하지마라, 자만하지마라, 만약 출품을 하면 스승의 교육 부족으로 선생을 흉보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씀을 어기고 저의 욕심으로 몰래 출품하여 입선하면서 작가도 되고 작품 활동 또한 열심히 이어왔습니다.

작품을 의뢰받아, 명심보감이나 양서의 내용들을 주제로 완성하여 선물할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스승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선생님을 늘 그리며 열심히 하고자 하는 제 모습을 기뻐해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왜 선생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를 늘 잊지 않고 겸허하게 열심히 정진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즐겨 쓰는 주제는 명심보감의 문장들입니다. 먼저는 쓸 문장을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서체를 구상합니다. 이런 구상과 함께 종이의 재질과 먹물의 농도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도 여러 번 써서 확인한 다음 본격적인 작품에 들어갑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용의 머리처럼 본보기가 되고 귀감이 될 만 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쓴 ‘용두귀감(龍頭龜鑑)’ 입니다. 

▲ 김기춘 작가의 작품 - 용두귀감(龍頭龜鑑)


박요섭 - 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특성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기춘 - 글에도 흐름이 있습니다. 굵을 때는 굵어야 하고, 가늘 때는 가늘게 써야합니다. 저는 처음에 배우는 자세로 항상 임합니다. 50년 전에 배운 처음 자세를 버리지 않습니다. 기본을 상실하지 않고 그 자세로 쓰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작품을 하는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가장 먼저 제목과 작품의 문장을 정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서체(전, 예, 해, 행, 초, 한글)를 구상합니다. 그 다음은 작품지의 규격을 정합니다. 이러고 나면 몇 줄로 하며 한 줄에 몇 자를 써야 할지 구도를 잡게 됩니다. 글자를 쓰게 될 때에는 작품지의 재질과 먹물의 농도 봇의 적절성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것은 글의 크기와 굵기와 함께 전체적인 조화를 창출하게 합니다. 출품을 할 때에는 이런 사항들을 따져서 수차례 검토하여 완성도를 점검하고 흡족 할 때, 제출하게 됩니다.

박요섭 - 작가 생활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기춘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는 속담이 있습니다.
작가는 평생을 작품 활동과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즐기고 보람되게 보내는 사람들이 작가들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작품마다 이름을 남겨놓게 됩니다. 이것이 후손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가문에 빛이 된다면 더 없는 영광이겠지요.

마침, 금년에 저의 친척 가족장 묘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비문을 제가 쓰게 되었으니, 후손에게도 길이 영광된 이름으로 남게 될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지금까지 출품했던 작품은 모두 다 그대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작품에는 제 정성이 속속들이 배어있기 때문에 모두 다 소중합니다.

▲ 김기춘 작가의 작품


박요섭 - 소속 단체와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기춘 - 한국예술문화협회 심사위원, (사)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심사위원, (사)대한민국아카데미 미술협회 운영이사, (사)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 심사위원, 운영이사, 부회장, 부산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요섭 - 단체에 활동하면서 유익한 점은 어떤 것인가요.

김기춘 -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참 좋습니다. 작가들과 모임을 함께하며 누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또한 외국에 나가서 해외문화교류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박요섭 - 추천하고 싶은 작가와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기춘 - 우전 윤부남 작가는 지도력이나 인격은 무론 소나무와 호랑이 작품이 대단합니다. 백홍 임남빈 작가 한문 행, 초서가 본받을 만합니다. 그의 필맥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박철교 작가의 정교한 표현이 참 좋습니다.

▲ 기로미술협회 임원진과 함께(왼쪽부터 홍재곤 상임부이사장, 김기춘 부회장, 장판길 부이사장)


박요섭 - 삶의 철학이나 좌우명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기춘 - 성실, 근면, 정직,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성실과 근면을 으뜸으로 여깁니다. 성실과 근면이라는 것은 인생에 대한 진지함이고 겸허함이며 타인에 대해서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라고 봅니다.

박요섭 - 타임즈코리아 버추얼갤러리 관람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기춘 - 뜻 밖에 생각지 못한 저에게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의 모든 것을 양해 바라며, 앞으로 제가 무엇으로 도움을 드리고 보탬이 될까 염려 됩니다. 아무튼, (사)대한민국기로미술협회와 저를 위해서 수고하시는 타임즈코리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관람하시게 되는 독자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공간을 찾아 주시는 여러분들을 뜨겁게 환영하고, 여러 작품들을 통해 삶의 기쁨과 활력을 물론 예술적 영감도 얻게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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