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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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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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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택범-사랑하는 당신에게-수정2.jpg

 

[시니어투데이]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첫날 밤 곤한 잠에 취해 한숨을 자고 일어나 보니 자정이었다. 아내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여보! 그동안 나와 당신이 함께한 46년의 세월 속에 한 여자의 많은 꿈을 짓밟아 버렸구려!”라고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리저리 집안을 둘러보니, 모든 것에 아내의 숨결이 어려 있었다. 순간 왈칵 쏟아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많은 생각이 밀려와 어렵게 잠이 들었는데 아내가 나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보! 곤하게 자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니, 46년 당신과 함께한 세월 동안 정말로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당신의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 그리고 다정한 숨결과 부드러운 손길, 이 모든 것을 베풀어준 당신이 참 고마웠어요. 이제 당신이 나를 위해 수고한 세월을 그려보며, 하늘에서 당신의 행복을 빌어 줄게요.”

 

당신은 이 땅을 떠나서도 이렇게 나를 위로하는데, 난 당신께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었구려. 사실 당신이 사경을 헤매는 시간, 당신에게 못다 한 말을 꼭 전해주려고 했었소. 그런데 중환자실 간호사가 환자가 위험하니 빨리 가족들을 불러오라고 다급하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그만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소. 무엇이 그렇게 바빠서 남편 배웅도 없이 가셨단 말이오. 당신도 내게 할 말이 있었을 텐데. 여보! 그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시로 적어 지금이라도 당신께 들려드리려 하오. 오늘도 하늘에서 행복하시구려.

 

2020년 6월 9일 새벽 5시,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 

 

신택범-사랑하는 당신에게-수정1.jpg

 

 

먼저 떠난 당신께 / 신택범

 

여보!

당신을 나와 맺어주신

주님의 은혜가 너무나도 컸는데

당신에게는 그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살았구려.

 

여보!

날마다 당신의 건강을 걱정하며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던 일상이

오늘은 안타까움과 회한으로 가득하오.

 

다만,

가장 큰 위로는

당신이 주님의 품에서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누리고 계신다는 것이오.

 

참된 평화를 누리는 그곳을

이 땅과 비교나 할 수 있겠소만

그런데도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함께할 때 잘해드리지 못한 마음 때문이오.

 

당신은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지지해줬고,

내가 낙심할 때는 내 손을 잡아줬는데

나는 당신에게 그만큼 했는지

생각해보니 그저 눈물만 흐르는구려.

 

당신 때문에 여기까지 살아온 나는

이제 이렇게 덩그러니 혼자서,

당신의 흔적만 바라보며 앞으로

당신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길 잃은 아이처럼 울고 서 있소.

 

한여름 타는 목마름같이

한없는 그리움으로 먹먹해진 가슴에

애써 감춰두었던 후회가

천둥 속에 밀려드는 소낙비처럼

가슴에 쏟아져 내리며 흙탕물을 만드는구려.

 

나의 오늘은

모두 당신이 만들어 준 것인데

그동안 당신에게는 마음을 다해

이 고마움을 전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 너무나 서글픈 일이 될 줄 몰랐소.

 

내 갈 길만 생각하기에 바빴던 나였건만,

당신은 그런 내가 힘을 잃지 않게

당신보다는 나를 챙기는데 더 마음 썼던

너무나도 고맙고, 착한 사람이었소.

 

이제는

내가 당신을 더욱더 챙기고

아껴줘야 할 때이건만

무에 그리 급한 마음으로 떠나가 버렸단 말이오.

 

지나간 다음에 후회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진대

그 바보가 나란 것을 이렇게 참담하게 느끼며

당신에게 잊힌 사람으로 남을까 봐 두려워

하늘을 우러러 당신을 그려볼 뿐이오.

 

당신 만날 그날까지 마음으로나마

더욱더 당신을 그리며 살아볼 작정이오.

 

내 당신을 만나는 날에는

지금까지 못다 해준 사랑을 다 하며

당신 없는 날 동안 차곡차곡 그리움 쌓아가며

후회 없이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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