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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가장 행복하게 가꾸는 재미로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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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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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는 강의마다 이제 시니어들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고 한다. 자신을 영·육으로 꾸미고 가꾸는 일에 마음과 시간을 쓰라는 것이다. 돌아보면 나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과 자녀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기에 바빴다. 그랬던 내가 이제 와서 나를 중심으로 먹고, 입고, 즐긴다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문명의 발달을 소화하며 살려니, 이것도 벅차다. 요즘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에서 인문학을 듣고 있다. 올해 2년째 접어들고 있는 인문학 강좌는 복지관에서 가장 인기 있고 활력이 넘친다.
 
내가 알기로는 국내 노인복지관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개설하여, 이렇게 지속하는 인문학 강좌는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밖에 없다. 나도 이 강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듣고 있다. 매주 이 시간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것이 요즘 내가 누리는 큰 기쁨 가운데 하나다. 이 강의 시간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고전과 지혜와의 만남을 통해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게 하는 아름답고 신비한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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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고전과 다양한 철학, 인문학 내용을 통찰하는 강의 속에서 우리는 삶을 돌아보며 소망을 싹틔운다. 용기를 꽃피우고 실천을 열매 맺게 되는 기쁨과 보람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문제는 동료들의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이다. 나의 발전 속도보다 더 빨리 달아나는 것 같아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자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강의를 듣는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 나이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다 보면 온통 정신이 집중된다. 다양한 생각을 하며 과거로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순간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자유롭게 내 생각을 글로써 표현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름답고 멋진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에게 새삼 고마운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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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들만 둘이다. 사내 녀석들이라서 키울 때는 무척 힘들었다. 다소곳한 딸들과는 달리 우당탕, 좌충우돌 씩씩하게 자라느라 잠잠할 날 없었던 것이 새삼 그립다. 친척이나 친밀한 지인들이 방문하기라도 하면 어깨에 매달리고 등에도 올라가며 온갖 개구쟁이 짓을 다 하였다. 그것은 반갑다는 표시였지만 민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도 손님들이 떠나고 나면, 벌을 서게 하기도 했었는데 그 녀석들이 이제는 제 자식들 키우느라고 이럴 것이다. 딸이면 어떻고, 아들이면 어떻겠는가. 이렇게 잘 커 줬으니 감사할 뿐이다.
 
그래도 늙은 어미 걱정에 조금만 날씨가 바뀌어도 전화를 한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이곳 화성보다 북쪽인 서울에 있는 너희가 추울까 봐 더 걱정이다.” 이런 나의 엉뚱한 논리에 아들들이 껄껄 웃고 만다.
 
어려웠던 지난날 그 흔한 참고서 한 권 제대로 사주지 못한 점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이렇게 착한 자식들이 알뜰살뜰 나를 챙길 때면 효도 받기가 면목 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난날을 아름답고 소중한 일들로만 기억하고 하루하루를 가장 행복하게 가꾸는 재미로 살려고 한다. 더욱더 밝고 맑은 모습, 따뜻한 미소와 푸근한 마음으로 모든 이들에게 스며들려고 노력한다. 이런 순간들로 더불어 아름다운 흐름을 이루는 강물이 되어 영원한 현재로 유유히 흐르고 싶다.
 
취재위원 하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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