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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말고 즐기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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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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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하기 싫은 일은 오뉴월에도 손이 시리다”라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열성이 나오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도 지난날 업무가 나에게 지나치게 편중되거나, 단체 생활에서 피하고 싶은 책임이 맡겨질 때면, 거부할 수도 없고 곤혹스러워 부담감에 속을 끓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억지로 하면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분명하다. 그래서 억지로 하는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방안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그 원숙함 말이다.
 
나는 억지로 남의 일을 대신했던 대표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스트레스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그 사례의 주인공은 성경 속의 구레네 시몬이다. 그는 예수라는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서 억지로 십자가를 대신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른 젊은이다. 그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없어서 억지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의 생각과 모습은 추리하여 기술함을 전제한다.
 
우선 시몬이란 사람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지금의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근처 시골 마을 키레네에 살았던 유대인으로 유월절 축제를 즐기려고 예루살렘까지 1,600km나 되는 길을 아마도 수개월은 걸려 도착한 순례자로 보인다.
 
그런데 그에게 엉뚱한 일이 닥친 것이다. 골고다 언덕길에 많은 사람이 웅성대며 늘어서 있기에 헤집고 드려다 보니, 어떤 사람이 큰 나무 십자가를 메고 가다가 지쳐 쓰러져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 참담하고 측은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그때 느닷없이 로마 병정이 창끝을 그의 어깨에 대고 지명하면서 대신 십자가를 지라는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있나? 그는 로마의 식민지인이었기에 억울하지만, 그 죄수의 무거운 십자가를 대신 지고 골고다까지 올라가야만 했다.
 
나도 이렇게 불공평하고 부담될 땐 영락없이 억지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책임과 봉사는 자원하는 마음과 기쁨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항변하며 못 마땅해 한다.
 
시몬도 십자가를 지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리라. 과연 그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십자가를 메고 산 정상까지 올라갔을까? 억지로일까? 아니면 자원하는 마음일까?
 
시몬은 십자가를 대신 지리라곤 생각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예수의 제자나, 예수께 병 고침을 받았거나, 보리 떡이라도 얻어먹은 사람이 십자가를 대신 져야 하는데 그들은 그곳에 없었다. 시몬은 여행을 즐기려고 돈을 모아 먼 길을 왔는데 알지도 못하는 죄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골고다 산 위까지 올라가야 하다니 참으로 억울하고 참을 수 없는 울분이 치밀었을 것이다.
 
자기를 점찍은 로마 군인이 미웠고, 큰 키와 건강한 몸집 때문에 지명 당한 것도 억울하였을 것이다. 나중에는 그 죄수에 대해서도 원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그는 억지로 지게 된 치욕의 십자가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그만 내려놓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달라고 투덜대고 싶었지만,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냥 걸어가야만 했을 것이다.
 
그는 분노를 삼키고 땀을 흘리며 산을 향해 얼마간 올라가다가 문득 자기를 이렇게 고생시키는 그 죄수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도 때로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할 때 그 본질이 무엇인지 자신을 성찰해 볼 때가 있지 않은가?
 
그는 반사적으로 따라오는 죄수를 원망의 눈초리로 뒤돌아보았을 것이며, 순간 죄수와 눈이 마주쳤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죄수의 사랑스러운 눈빛에서 그는 알 수 없는 평온함을 느꼈을 것이다.
 
억울함과 원망은 경외함으로 바뀌었고 어느새 죄수에 대해서 존경심이 가득 찼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은 즐거웠을 것이고, 지금까지 억지로 메고 온 무거운 십자가는 당연히 자기가 져야 할 몫이고 책임이라 생각되었을 것이다.
 
우리도 어떤 사람이 힘들고 부담되는 일을 헌신적으로 해내는 것을 보면, 그 상대가 싫고 미운 사람일지라도 존경하게 된다. 그리고는 나 자신의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는가.
 
우리 역사의 선현 중 이순신 장군은 순국하는 순간까지 책임을 다했던 위대한 분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스스로 해결하였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지도 않았고 책임을 면하려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겐 애국심과 충성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흔히 사물을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생각도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하는 사람과, 부정적으로 하는 사람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 이유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부담감과 거부감의 차이에 달렸다고 본다.
 
거부감이 평온함으로, 억울함이 경외함으로 바뀌면서 용서와 사랑을 알게 된 시몬을 상상해보자. 우리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남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펼쳐보자.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내 책임이니 기쁘게 해내자”라고 생각하면 시야도 더욱더 넓어지고 언어와 표정도 여유롭게 변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힘들고 부담된 일도 어려워하지 않고 즐기며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즐기며 하는 일은 그 일 자체로 즐겁고 행복하리라. 그리고 그렇게 일을 즐기며 할 때 좋은 결과를 얻게 되고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억지로 하지 말고 자원함으로 즐겁게 하여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마음속에 애국심과 충성심이 있어 큰일을 해냈다면 우리 마음엔 무엇이 있어야 할까? 내 책임이니 기쁘게 해내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여기엔 반드시 겸손과 배려와 사랑이 수반되어야 한다.
 
억지로 하는 것은 그 일에 종이 되는 것이다. 미움과 원망의 종이 되어서도 안 되고, 부담감과 거부감의 종이 되어서도 안 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일에 주인이 되어서 자원함과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런 사람은 자기의 인생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병우 취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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